사노(私奴) 실구지(實仇知) 형제와 박질(朴質)을 베었다. 한양(漢陽) 사람인 판사(判事) 이자지(李自知)는 딸 셋이 있는데, 맏딸은 내은이(內隱伊)로서 나이 16세에 아직 시집가지 않았고, 나머지는 모두 어리었다. 자지(自知) 부처(夫妻)가 서로 연이어 죽으매 내은이가 두 동생들과 더불어 종[婢] 연지(燕脂)와 소노(小奴)를 데리고 삼년상을 행하려고 하였다. 가노(家奴) 실구지(實仇知)가 그 아우와 더불어 과주(果州)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와서 과주로 내려가서 살자고 청하였다. 내은이가 말하기를, "여자의 도리는 안방 문[閨門]을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지금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어찌 네게 가서 살 수가 있느냐?" 하였다. 종이 말하기를, "상전[主典]의 의식(衣食)이 우리들 두 사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