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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당시 신문기사)/폭행(치사 포함)

파출소에 연행된 만취 피의자 경찰관들 뭇매에 숨져(1977년)

Lucidity1986 2022. 5. 30. 16:20

14일 하오 9시 25분쯤 서울중부경찰서 을지로 2가 파출소 안에서 술에 취해 싸움을 벌이다 연행돼온 고택용씨(35/종로구 와룡동 1)가 중부경찰서 형사 1반 김종서 순경(40)에게 옆구리를 차이는 등 폭행을 당해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옮겼으나 15일 상오 4시쯤 숨졌다.

숨진 고씨는 서울중구 수하동 중소기업은행본점 뒷골목에서 채무관계로 친구 신진환씨(29/영등포구 구로동 214-6)와 시비를 벌이다 신씨의 머리를 담벼락에 대고 구타하고 있다가 순찰중이던 동부경찰서 형사 1반 이정일 순경(33)과 조횡구 순경(40)등 2명의 경찰관에게 잡혀 파출소에 연행돼갔었다. 고씨가 파출소에 연행돼서도 계속 고함을 지르며 자신을 연행한 두 형사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누워 "빚을 받으려는 사람을 무엇때문에 잡아 왔느냐"고 반항하자 때마침 파출소에 들어온 김종서 형사가 "잔소리가 많다"며 옆구리를 발로 차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숨진 고씨의 사체해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고 고씨에게 폭행을 가한 김 순경 등 3명의 경찰관을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향신문 1977년 11월 15일

 

1. 사건의 성격: '공권력에 의한 시민 사망'

  • 피해자: 35세 고택용 씨 (채무 관계 분쟁 당사자).
  • 가해자: 서울중부경찰서 형사 1반 김종서 순경 및 현장 경찰관들.
  • 사건 요약: 시비 끝에 연행된 시민이 파출소 내부에서 경찰관에게 폭행(옆구리 가격 등)을 당해 병원 이송 후 사망한 사건입니다.

2. 주요 분석 포인트

① 파출소 내 '당연시된' 폭력 가장 충격적인 점은 폭행이 발생한 장소와 동기입니다. 사건은 길거리도 아닌 파출소 안에서 발생했습니다. 피의자가 반항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있던 형사가 "잔소리가 많다"며 발로 차 치명상을 입힌 것은, 당시 경찰 조직 내에서 피의자를 향한 물리적 폭력이 얼마나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② 공권력의 우월주의와 인권 의식 부재 피해자 고 씨는 자신이 빚을 받으려다 벌어진 일이라며 항의하는 상태였습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조사해야 할 경찰이 이를 '잔소리'나 '반항'으로 치부하고 즉각적인 폭력으로 대응한 것은, 공권력을 집행하는 자가 시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았음을 의미합니다.

③ 70년대 '내무반식' 경찰 문화 1977년은 유신 정권기로, 사회 전반에 군사주의적 문화가 팽배했습니다. 경찰 또한 민생 치안보다는 질서 유지와 통제에 집중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경찰관의 폭력은 내부적으로 묵인되거나 훈육의 일종으로 정당화되기 일쑤였고, 이것이 결국 사망 사고라는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3. 법적 대응과 사회적 파장

  • 이례적인 구속 영장 신청: 기사 하단에 김 순경 등 3명에게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는 파출소 내 사망 사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이를 덮기 어려웠음을 시사합니다.
  • 사망 원인의 가혹성: 하오 9시경 폭행당한 피해자가 다음 날 상오 4시에 사망했다는 것은 장기 파열 등 내부 출혈이 심각했음을 보여줍니다. 단 한 번의 발길질이 아닌, 기사에 언급되지 않은 추가적인 가혹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4. 시사점

이 사건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피의자 인권'과 '독직폭력(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 가하는 폭력)' 문제가 공론화되는 과정의 비극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파출소나 경찰서 내부에 CCTV가 설치되고, 피의자 신문 과정이 엄격히 규제되는 제도적 변화들이 이러한 희생들을 거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