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선왕조실록/형벌

서청에서 환어사 등을 친국하다

by Lucidity1986 2022. 7. 17.
728x90

왕(광해군)이 〈서청(西廳)에 나아가〉 친국(親鞫)하였는데, 〈영의정 기자헌(奇自獻), 원임 대신 심희수(沈喜壽), 의금부 당상 박승종(朴承宗)·유공량(柳公亮)·조존세(趙存世)·정엽(鄭曄), 대사헌 송순(宋諄), 대사간 유숙(柳潚), 승지 이덕형(李德泂)·이춘원(李春元)·권진(權縉)·김지남(金止男)·신경락(申景洛), 사관 변삼근(卞三近)·이유달(李惟達)·유여항(柳汝恒)·한옥(韓玉), 가주서 이배원(李培元)이 입시하였다.〉 환어사(喚御史/임해군의 첩)에게 압슬형을 가하였으나 불복하였다. 예숙(禮叔) 이하 환어사와 연루된 사람이 여덟 명이었는데 모두 국문에 불복하였다. 왕이 이르기를,

"환어사에게 형을 더 가하라."

하니, 환어사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청하였다. 왕이 이르기를,

"환어사가 말하겠다는 것은 변명하려는 것이니 듣지 말고 자복하겠다고 하면 들어준다고 하라."

하자, 환어사가 마침내 자복하였다. 왕이 이르기를,

"역관 이운상(李雲祥)이 서울에 있는가? 속히 잡아가두도록 하라."

하니, 심희수가 아뢰기를,

"무신년 옥사에 이 사람도 역적의 입에서 이름이 나왔습니다."

하자, 왕이 이르기를,

"역관의 성명과 그와 7년간 같이 산 주인도 차례대로 묻도록 하라. 역적 이진(李珒)과 역관이 명나라에 서 모의할 때 은자를 지급한 사람의 성명과 출입한 아무아무와 그 연월일을 모두 세세히 묻도록 하라. 정미년의 일과 종실 등과 같이 비밀히 의논한 일을 자세히 고하면 결박을 풀어주겠다."

하였으나, 환어사가 말이 없었다. 왕이 이르기를,

"역적 진이 누구의 사주를 듣고 음모를 꾸몄는가? 또 잠시 결박을 풀어주고 죽을 마시게 하여 그의 기운이 소생하거든 신문하라."

하였다. 권진이 아뢰기를,

"환어사의 기운이 이미 막혀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하자, 대신들이 모두 아뢰기를,

"하옥하여 치료시키고 후일을 기다려 다시 신문하소서."

하니, 왕이 따랐다. 의관(醫官)으로 하여금 특별히 구료하게 하였으나 환어사가 옥중에서 죽었다.

환어사는 일개 창녀이고 또 연루되지 않았으며, 그가 도망친 것도 본디 죄를 짓고 몸을 피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대역(大逆)과 같이 다스렸는가 하면 심지어 저자에서 소급해 형벌을 시행하였으니, 역적을 이처럼 혹독하게 다스렸다. 

광해군 6년(1614년) 9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