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허조의 졸기
좌의정 허조(許稠)가 졸(卒)하였다. 허조는 경상도 하양현(河陽縣) 사람인데, 자(字)는 중통(仲通)이다. 나이 17세에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였고, 19세에 생원시(生員試)에 합격하였다. 뒤에 은문(恩門) 염정수(廉廷秀)가 사형을 당하였는데, 문생(門生)과 옛 부하이던 아전[故吏]들이 감히 가 보는 이가 없었는데, 조(稠)는 홀로 시체를 어루만지며 슬피 울고, 관곽을 준비하여 장사지냈다. 경오년에 과거에 합격하였고, 임신년에 우리 태조께서 즉위하시어 특별히 좌보궐(左補闕)을 제수하였고, 곧 봉상시 승(奉常寺丞)으로 옮겼다. 그때에 예제(禮制)가 산실(散失)되었었는데, 조(稠)가 전적(典籍)을 강구(講究)하여 힘써 고제(古制)에 따르게 하였고, 뒤에 잇따라 부모상(父母喪)을 당하였는데, 무릇 치상(治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