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보증 때문에 자식 월급을 압류당하게 되자 자신의 전세금을 빼 빚을 해결하라며 60대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새벽 3시15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5동 김아무개(46)씨 연립주택 에서 이 집 지하에 세들어 살던 송국보 (69) 씨가 방안 벽에 못을 박고 운동화 끈으로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송씨의 작은아들 김아무개 (35·공무원·동작구)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에 따르면, 3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94년부터 '혼자 사는 게 편하다'며 전세금 2천2백만원짜리 단칸 지하 셋방에서 살아오던 어머니가 이날 오전 3시께 갑자기 '죽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와 황급하게 찾아가 보니 숨져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송씨는 94년에 영업용택시 운전사인 셋째사위 홍아무개(44) 씨가 개인택시 구입을 위해 빌린 은행 빚 3천만원에 대한 보증을 아들 김씨가 섰는데 사위가 부채 가운데 1천8백만원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번 11월 급여부터 김씨 월급이 압류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송씨는 '전세금 2천2백만원을 빼 은행 빚 2천만원을 갚아라. 장롱 안 치마에 2백50만원이 담긴 통장이 있으니 장례비로 써라 이렇게 죽어 며느리 자식에게 미안하다' 는 내용의 유서를 방바닥에 남겨 자식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목을 매기 몇 시간 전인 4일 저녁 8시께 어머니를 찾아가 "누나가 곧 곗돈을 타게 돼 빚 문제가 풀릴 것 같다"고 안심시켰으나 "어머니가 이를 곧이들지 않고 죽음의 길을 택했다"며 넋을 잃었다.
-한겨레 1996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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