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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당시 신문기사)/금융사고

빚독촉에 집단자살 기도(1963년)

Lucidity1986 2022. 6. 13. 00:26
4백만원의 빚을 짊어진 아내가 행방을 감춘 후 빚독촉을 받아오던 남편이 5남매가 잠든틈에 방안에 연탄불을 들여놓고 집단자살을 꾀하여 남편과 아들 등 2명이 죽고 4명이 중독되어 생명이 위독한 일가족 집단자살사건이 27일 새벽 서울의 외곽지애에서 발생했다.

이날 새벽 4시 30분쯤 서울 송천동 55(7통 1반) 최영일(38/무직)씨 일가족 6명이 집단으로 연탄 「가스」에 중독되어 있는것을 최씨 집에 세든 김인규(32/운전사)씨가 발견, 병원에 옮겼는데 최씨와 그의 막내아들 상현(3)군은 병원에 이송 도중 사망했으며 최씨의 2녀 상옥(9/서울숭인국민교 2년)양 3년 상숙(6) 장녀 상금(14/성만고등공민교중퇴) 장남 상용(11/서울숭인국민교)등 4명은 「가스」에 중독되어 수도의대 부속병원에 입원가료중인데 2녀 상옥양 3녀 상숙양은 생명이 위독하다.

이날 새벽 죽은 최씨집에 세들고있는 김인규씨가 아랫방에서 심한 신음소리가 나는것을 듣고 내려가 방문을 열려했으나 문은 방안으로 잠겨져있었으며 문을 부수고 들어간 김씨는 방안에 연탄불이 피워져 있고 일가족 6명이 「가스」에 중독된 것을 발견했다.

지난 19일 최씨집에 세든 김인규씨와 이웃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씨는 시내 모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나 6개월전에 실직했으며 최씨의 부인 이정순(36)씨가 동대문시장에서 구호물자 장사를 하여 생계를 이어왔다. 부인 이씨는 사업때문에 약 4백만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20여 명이나 되는 채권자의 빚독촉에 견디다 못해 지난 19일 부인 이씨는 김인규씨로 부터 받은 전셋돈 5만원을 가지고 행방을 감추었다 한다.

부인이 행방을 감춘 후부터 매일 20여명의 채권자가 집에 몰려와 남편 최씨에게 빚독촉을 하며 심지어 10여명의 채권자와 함께 밤을 세운적도 있었다 한다. 최씨가 자살을 결심한 날인 26일에도 10여명의 빚장이가 찾아와 밤 10시반쯤에 돌아갔으며 최씨는 이날 밤 5남매가 잠든틈에 아궁이의 연탄을 방안에 들여와 집단자살을 기도했다.

최씨는 모대학을 중퇴한 「인텔리」이며 6개월전에 실직한데다 부인의 많은 부채때문에 고민해왔다한다. 방세간이 있는 40여평의 집도 일주일전에 김인규씨에게 세를 주고 최씨 일가는 문간방에 들었는데 셋돈으로 빚을 갚으려 했으나 부인 이씨가 가지고 도망을 친데 큰 충격을 받았다 한다.

세간은 채권자들이 전부 팔아가져갔으므로 이불장하나가 겨우 남아있을 뿐이다.

최씨의 장녀 상금양은 돈이 없어 지난 3월 성만고등공민학교를 중퇴했으며 국민학교에 다니는 장남 상용군과 2녀 상옥양은 점심을 굶을때가 많았다 한다.

의식을 회복한 장녀 상금양은 병실 「베드」를 둘러보고 "아버지는 어디 갔어요"하며 눈물짓고 있었다.

-경향신문 1963년 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