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선 폭발(Gamma ray burst, GRB)은 천문학 분야에서 알려진 가장 광도가 높은 물리적 현상이다.
감마선 폭발이 일어나면 감마선이 몇 초에서 몇 시간 동안 섬광처럼 방출되며, 그 후에 X선 잔광이 며칠간 지속된다. 이러한 현상은 천구상에서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하루에 몇 차례는 일어난다.
감마선 폭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가상적인 천체를 감마선 폭발원(Gamma ray burster)이라고 부른다. 감마선 폭발은 극초신성과 관련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극대거성이 일생을 마칠 때 극초신성이 되어 폭발하며, 이로 인해 블랙홀이 형성되고 감마선 폭발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천체물리학계에서는 감마선 폭발의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2010년 무렵에는 수수께끼가 해결될 것이라 예측하였다.
1. 발견
감마선 폭발은 1960년대 말에 미국의 핵 실험 감시 위성인 벨라에 의해 발견되었다. 벨라는 핵 실험 중에 방출되는 방사선을 검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위성이었지만, 발생원이 없는 감마선 폭발을 때때로 감지했다. 1973년 미국의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의 연구원이 위성자료에서 이러한 폭발이 태양계 밖의 우주에서 오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감마선은 지구 대기에 의해 차단되기 때문에 감마선 폭발은 대기권 밖에서만 직접 관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보다 고성능의 감마선 검출기를 위성 궤도에 발사하면 감마선 폭발의 위치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생각했던 것은, 그 이전에 인공위성을 사용하여 우주공간의 X선 근원의 위치파악에 성공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가 되어 고성능 감마선 센서가 출범했지만, 폭발의 발생 위치를 파악하고 상세하게 조사하기에는 정밀도가 부족했다. 또한 인공위성으로 폭발의 발생 위치 부근을 관측하였지만,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그럴듯한 천체가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
폭발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밝혀졌고, 감마선 폭발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그에 대한 해답이 될만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감마선 폭발에 대한 첫 번째 의문은 폭발의 근원이 우리 은하에 있는가, 혹은 먼 우주에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폭발의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만약 폭발이 먼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 메커니즘은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어야한다.
1980년대에는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1991년 4월, NASA는 콤프턴 감마선 관측대(Compton Gamma Ray Observatory, CGRO)를 쏘아올렸다. CGRO에 탑재된 관측장비 중 하나로 Burst And Transient Source Experiment(BATSE)가 있다. 이 장치는 감마선 폭발을 감지하여 천구상의 위치를 충분히 정밀하게 찾을 수 있다.
BATSE는 매일 2, 3개의 감마선 폭발을 감지하여, 그것이 천구상에서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분포하는 것을 발견했다. 폭발이 우리 은하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은하면을 따라서 보다 많이 분포되어야 한다. 폭발원이 우리 은하의 은하 헤일로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은하 중심으로 보다 많이 분포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감마선 폭발이 먼 우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2. 이게 뭔데?
GRB 990123의 밝기로 추정되는 거리로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이 감마선 폭발은 전방위로 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폭발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의 에너지는 1.3배의 태양 질량이 모두 감마선 방사선으로 완벽하게 변환되는 경우 만들어지는 에너지와 같다. 가시광선의 영역에서는, 만약 폭발이 지구에서 2천광년(1.89경 km) 거리에서 일어날 경우, 태양의 두 배로 빛나게 된다.
비슷한 의견은 1997년에 관측된 GRB 971214에 대해서도 제기되었다. GRB 971214도 잔광 위치에서 어두운 은하가 발견되었으며, 이 은하의 적색편이는 3.4, 거리로는 120억광년이었다. 이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나 에너지가 전방위로 방출되었다고 가정하면, 그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초신성의 수백배에 달하고 폭발원 주변 160km 영역은 빅뱅의 1밀리초 후에 필적하는 온도에 도달하게 된다.
또다른 가능성은 감마선은 전방위로 방출된 것이 아니라 좁은 영역에 한정되어 방출되었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큰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 되는데, 그 에너지는 초신성과 동등하다. 따라서 특수한 메커니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천체물리학자들은 폭발의 세기를 완벽히 설명할 수 있는 설득력있는 메커니즘을 찾는데 도전하고있다.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중성자성과 중성자성, 혹은 중성자성과 블랙홀의 충돌에 의해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 있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폭발이 극초신성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에 의해 GRB 990123이 젊은 은하를 동반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은 폭발이 중성자성과 같은 밀집성의 충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밀집성의 충돌은 밀집성이 높은 밀도로 분포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젊은 은하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한편 초신성은 항성 형성이 활발한 젊은 은하에서 수시로 일어난다. 초신성이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큰 항성은 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초신성 모델에서는 에너지 생산 측면의 설명에 어려움이 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폭발의 에너지가 모든 방향으로 동일하게 방사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만 방출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격렬한 활동을 보이는 항성이나 은하가 특정 방향으로 상대론적 제트를 방출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폭발의 강력한 밝기에 대한 다른 설명으로, 폭발의 빛은 지구와 감마선 폭발원 사이에 있는 커다란 은하에 의한 중력렌즈로 집광되는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적색편이 값이 1.6 정도인 거리의 은하일 경우, 은하의 분포가 드물어 중력렌즈가 일어날 확률은 1/1000 정도에 불과하다.
초신성 폭발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동안 감마선이 좁은 빔의 형태로 방출되어, 실제보다 에너지가 크게 관측될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폭발 과정에서 어떻게 이러한 빔이 만들어지는지는 미스터리다. 하지만 2001년 가을에 발표된 17개의 감마선 폭발의 잔광 분석에서 빔의 범위에 대한 제한이 주어졌다. 이 분석에 따르면, 빔의 폭은 몇 도의 각도로 제한된다. 이러한 좁은 빔으로 방출되는 감마선 폭발의 에너지는 1044J의 수배가 되어, 평균보다 조금 규모가 큰 초신성의 에너지에 달할 수 있다.
이러한 좁은 빔으로 감마선이 방출되고 있다면, 아마 1/500의 감마선 폭발만이 지구에서 관측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아주 흔한 현상으로, 분당 1회 정도는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감마선 폭발 자체는 보이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일어나는 잔광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감마선 폭발의 밝기는 빠르게 변화한다. 이 때문에 폭발원이 되는 천체는 아주 작을 것으로 여겨진다. 밝기 변화의 원인이 무엇이든, 그 광도 변화는 광속보다 빠르게 천체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으로 횡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마선 폭발이 초신성과 관련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도 존재한다. 초신성 폭발과정을 통해 합성된 무거운 원소들은 매우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극히 짧은 시간에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에 따라 초신성은 폭발 며칠 후 또는 몇 주 후에 더 밝게 빛난다.
2001년 11월 21일, BeppoSAX가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였다. GRB 011121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폭발은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그 진화가 장기간 추적되었다. 관측에서 얻어진 광도 곡선은 초신성의 광도 변화 모델과 일치했다. 그러나 GRB 011121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초신성과의 관계를 결론지을 수 없었다.
3. 지구상의 대량 멸종
연구자들 중에서는 근거리에서 발생한 감마선 폭발로 인해 지구가 받은 영향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연구는 지구에서 일어난 대량 멸종의 원인을 설명하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의 일반적인 인식은 감마선 폭발에 의한 피해는 폭발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피해가 제한적이지만,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이 일어날 경우에는 오존층이 파괴되는 등 지구의 대기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생명체의 대량 멸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감마선 폭발에 의한 피해는 같은 거리에서 일어나는 초신성 폭발에 의한 피해보다는 작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2005년 NASA와 캔자스대학교의 연구원들이 약 4억 5천만년 전의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사이에서 일어난 대량 멸종이 감마선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감마선 폭발이 고대의 멸종을 일으킨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원들은 상대적으로 지구와 가까운 항성의 폭발에 의한 감마선 방출을 계산하여, 이 폭발로 지구에 약 10초간 감마선이 쏟아지며, 그로 인하여 지구의 오존층의 절반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였다. 소멸된 오존층의 회복에는 적어도 5년이 필요하며, 이전보다 많은 양의 자외선이 지표면에 쏟아져 생물의 대부분의 사멸시키고 먹이사슬을 파괴하게 된다.
우리 은하에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작지만, NASA의 연구원들은 지난 수십억년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지구에 감마선이 쏟아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적어도 35억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캔자스대학교의 고생물학자인 브루스 리버먼 박사는 감마선 폭발이 오드로비스기의 대멸종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이 언제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일어났고, 그 흔적을 남긴 것 자체는 확실하다고 확신한다. 놀라운 것은, 단 10초의 감마선 폭발로 인해 오존층에 수년간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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