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 원장에 기입 않고 빼돌려 443명 14억 피해(1983년)
상호신용금고가 영세상인들의 돈을 예탁받으면서 이를 원장에 기재하지 않은채 어음을 발행해주고 돈을 빼돌린후 지급일이되자 금고사장이 부도를 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 4백여 가입자들이 예탁금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대전시 원동 20의 19 삼영 상호신용금고(사장 김익촌)는 지난 6월 27일 사장 김씨가 부도를 낸 후 6월28일 신용금고연합회에서 관리인을 선임해 관리해오다 지급일이된 예탁자들이 지난 1일부터 지불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나 김씨 등 전 금고임원들은 이미 잠적해버렸다.
또 현 관리인들은 '5천만원만 원장에 기록돼있고 나머지는 김사장 개인어음이며 1천만원 이상 액면의 어음은 연합회의 신용관리기금에서도 지불이 어려울것 "이라고 말한 뿐 아무런 지불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예탁자들이 사무실에 몰려들어 항의 소동을 빚고있다. 이에따른 피해자는 4백 43명에 전체피해액이 14억여원으로 나타났다.
대전시내 우천시장에서 채소 소매상을 하며 전셋돈을 벌기위해 지난 1월 5일 1백30만원을 마을금고에 맡긴 방원영 부인(27)은 "2년동안 피땀흘려 번 돈을 하루아침에 날리게 됐다" 면서 "요구르트 배달만 하려 해도 재정 보증을 받아야하는데 이같이 영세상인들을 울리는 신용금고를 어떻게 허가를 내줄수 있느냐"고 울부짖기도했다. 한편 삼영신용금고의 직원들은 1천만원 미만의 예탁자들은 연합회의 보증기금에서 예탁금을 지급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아일보 1983년 8월 3일
1. 사건의 성격: '서민 금융의 배신과 장부 조작'
- 가해자: 김익촌(삼영 상호신용금고 사장) 및 전직 임원들.
- 피해 규모: 피해자 443명, 전체 피해액 약 14억 원 (1983년 당시 화폐 가치 기준).
- 수법: 고객의 예탁금을 원장(공식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가로챈 뒤, 사장 개인 명의의 어음을 발행해 주는 방식을 사용한 '횡령 및 유용'.
2. 주요 분석 포인트
① 이중장부를 통한 조직적 횡령
상호신용금고는 은행 문턱이 높았던 시절, 시장 상인들이나 서민들이 푼돈을 모아 전셋돈이나 사업 자금을 마련하던 핵심 창구였습니다.
- 원장 미기재: 고객이 돈을 맡기면 금고 공식 장부에는 기록하지 않고 뒤로 빼돌렸습니다.
- 사장 개인 어음 발행: 공식 예탁 증서 대신 사장 개인의 이름이 적힌 어음을 끊어준 것은, 금고의 자산을 사유화하려는 치밀한 수법이었습니다. 사고가 터지자 관리인들이 "사장 개인 빚이지 금고 책임이 아니다"라고 발할 빌미를 미리 만든 것입니다.
② 14억 원의 무게: 서민들의 피땀
당시 14억 원은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백억 원에 달하는 거액입니다.
- 영세 상인들의 피해: 채소 소매상, 요구르트 배달원 등 하루하루 고되게 일해 번 돈을 맡긴 사람들이 주 피해자였습니다.
- 전셋돈 마련의 꿈: 27세 방 모 여인의 사례처럼 "2년 동안 피땀 흘려 번 130만 원"은 당시 서민들에게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가족의 안식처'를 마련할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③ 부실한 금융 감독과 허가 체계
"요구르트 배달만 하려 해도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금고에 어떻게 허가를 내줬느냐"는 피해자의 울부짖음은 당시 정부의 안일한 금융 행정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서민 금융기관이라는 명목으로 인가를 내주고도, 내부의 횡령이나 장부 조작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국가의 관리 소홀이 고스란히 서민의 고통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사건 구조 및 금융 피해 분석
| 구분 | 삼영 상호신용금고 측 행태 | 예탁자(피해자) 상황 |
| 자금 흐름 | 예탁금 수령 → 원장 미기재 → 사장 개인 유용 | 푼돈 적립 → 목돈 마련 기대 → 지급 거절 통보 |
| 증빙 서류 | 금고 공식 증서가 아닌 사장 개인 어음 교부 | 공식 금융기관이라 믿고 수령 |
| 책임 회피 | 사장 잠적, 관리인은 "장부에 없으니 못 준다" | 443명 집단 항의 및 생계 위기 |
3. 시대적 맥락: 80년대 금융 파동의 연속
1982년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으로 대한민국 금융권이 한차례 휘청인 직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상호신용금고에서도 유사한 어음 사기가 벌어졌다는 것은 당시 금융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사건 이후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고 예금자 보호 제도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습니다.
4. 시사점: "제2의 사법 살인, 경제적 살인"
앞선 기사들에서 보았던 '총살형'이나 '교수형'이 물리적 사법 살인이었다면, 이 사건은 열심히 일해 미래를 꿈꾸던 영세민들에게 가해진 '경제적 살인'입니다. 130만 원을 잃고 울부짖는 20대 여성의 절규는, 한 가정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가 육체적 폭력만큼이나 파괴적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