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에 폭행(1960년)
8일 서울지방검찰청 황은환 검사는 취조중 수갑으로 피의자 얼굴을 때린 영등포경찰서 남한강 파출소 근무 박노운(35) 순경을 '독직 및 가혹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였다.
박순경은 3월 25일 상오 6시 40분경 절도피의자 정윤선(26)을 연행 취조하다가 도망치려 한다고 수갑으로 얼굴을 때려 전치 2주일의 안면파열상을 입혔다는것인데 지난 26일 황검사의 유치장 감찰시에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피의자 정(鄭)은 그날 새벽 4시경 용산구 한강로 3가 40에 사는 김춘분씨 집에 침입하여 의류 수 점을 절취해오다가 박순경에게 불심검문을 받고 체포되어 지난 6일 절도혐의로 구속기소되었다.
그런데 재판 검찰 경찰 기타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자가 그 직무 수행중 형사피의자 또는 기타 사람에게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가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조선일보 1960년 3월 8일
3월 8일 신문인데 3월 25일 연행 취조하다가 때렸다고....? 아마 기사가 오타난게 아닐까 싶음 그래도 원문에 3월이라 되어있으니 3월이라고 기록함.
1. 사건의 성격: '독직폭력'에 대한 검찰의 유치장 감찰 적발
- 가해자: 35세 박노운 순경 (영등포경찰서 남한강 파출소).
- 피해자: 26세 정윤선 (절도 피의자).
- 사건 요약: 절도 혐의로 연행된 피의자를 취조하던 중, 수갑이라는 도구를 휘둘러 얼굴에 중상을 입힌 독직폭력 및 가혹행위 사건입니다.
2. 주요 분석 포인트
① 수갑의 도구화와 폭력의 잔인성 수갑은 피의자의 도주를 방지하거나 행동을 제약하는 '포승 도구' 이지 결코 공격용 무기가 아닙니다. 이를 손에 쥐거나 휘둘러 얼굴을 때려 '안면 파열상(전치 2주)'을 입혔다는 것은, 당시 경찰관이 피의자를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물리적 힘으로 제압하려 했던 고압적인 수사 방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② 유치장 감찰(Inspection)의 기능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흥미롭습니다. 피해자의 신고가 아니라 '황은환 검사의 유치장 감찰' 중에 발각되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에도 검찰이 정기적으로 유치장을 돌아보며 피의자의 건강 상태나 가혹행위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검사가 피의자의 얼굴 부상을 수상히 여겨 추궁한 끝에 경찰의 범죄를 찾아낸 것입니다.
③ 법조항 명시와 엄단 의지 기사 하단에 독직폭력 시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라는 구체적인 법 조항을 명시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이는 당시 언론이 경찰의 초법적 권한 남용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법적 처벌 근거를 독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려 했던 의도로 풀이됩니다.
3. 시대적 맥락: 1960년 3월의 사회 분위기
기사 날짜인 1960년 3월 8일은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 3·15 부정선거 일주일 전: 당시 이승만 정권 하에서 경찰은 정권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었고, 그 권력이 정점에 달해 있었습니다.
- 공권력의 이면: 정권 차원에서는 경찰력을 동원해 부정선거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민생 치안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처럼 구태의연한 폭행 사건이 빈번했습니다.
- 불구속 기소의 한계: 경찰관이 피의자의 얼굴을 파열시킬 정도의 중상을 입혔음에도 '불구속' 기소되었다는 점은, 당시 공권력 내부의 제 식구 감싸기나 가혹행위에 대한 상대적으로 관대한 처벌 수위를 짐작게 합니다.
4. 시사점
이 기사는 절도범이라는 '범죄 피의자'라 할지라도 법적 절차 이외의 사적인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국가 형벌권의 한계를 명확히 짚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의 감찰 기능이 실제 현장에서 인권 침해를 발견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